비망록..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 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 하얀쉼표 2016.04.14
황무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설)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생명을 길러 주었다. 엘리어트/황무지 중에서.. 하얀쉼표 2016.04.03
마음이 끌린다면.. 지금 당장 먹고 싶은 것이 레몬인지 오렌지인지 그걸 모르겠을 때.. 맛이 조금 아쉬운데 소금을 넣어야 할지 설탕을 넣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어젠 그게 분명히 좋았는데 오늘은 그게 정말로 싫을 때.. 기껏 잘 다려 놓기까지 한 옷을 빨랫감이라고 생각하고 세탁기에 넣고 빨.. 하얀쉼표 2016.03.24
잘있었나요 내인생.. 싫다고 떠나는 것 애써 잡으려 하지 말자.. 싫다고 떠나는 것.. 멀리 있는 것을 애써 잡으려 하지 말자.. 스쳐 지나간 그리운 것에 목숨 걸지도 말자...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욕망이든, 물질이든.. 흐르는 시간속에 묻어두자... 지금 내 앞에 멈춘 것들을 죽도록 사랑하며 살자.. .. 하얀쉼표 2016.03.24
봄이 오긴 오는걸까.. 군산가는 길에 벚꽃이 피었네.. 벚나무는 술에 취해 건달같이 걸어가네.. 꽃 핀 자리는 비명이지마는 꽃 진 자리는 화농인 것인데... 어느 여자 가슴에 또 못을 박으려고.. 돈 떨어진 건달같이 봄날은 가네.... 안도현/벚나무는 건달같이. . 하얀쉼표 2016.03.11
示長安君(시장안군) 젊어서 한 이별도 마음 가볍진 않지만 少年離別意非輕 늙어만나도 다음을 기약할 수 없으니 서글프긴 매한가지... 老去相逢亦愴情 조촐한 술상 차려 함께 웃으며 草草杯盤共笑語 침침한 등잔불 밑에서 지난날 이야기한다. 昏燈火話平生 示長安君(시장안군)/ 왕안석.. 하얀쉼표 2016.03.04
3윌.. .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 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하얀쉼표 2016.03.02
기쁨..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 나태주/기쁨.. 하얀쉼표 2016.02.24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나는 너 없이도 잘 산다.. 너는 나 없이도 잘 사는지.. 잘 살아도 나처럼 문득문득 생각나는지.. 등 뒤에 작은 기척에 돌아보니 덩치 큰 곰이 서 있다.. 그렇게 숨 죽이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믿는 아무도 모를 거라고 믿는 미련한 곰이다.. 미련하다. 너도 나도.. 방광수가 .. 하얀쉼표 2016.02.22
겨울나무..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 하얀쉼표 201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