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갈대.. 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는 봄과 당신이라는 호칭 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돌려받은 책장 사이에서 만난 단어, 속눈썹, 눈에 밟힌다는 건 마음을 찌른다는 것, 건네준 사람의 것일까, 아니면 건네받은 사람.. 온 곳을 모르므로 누구에게도 갈 수 없는 마음일 때 깜빡임의 습관을 잃고 초승달로 누운... 지난봄을 펼치면 주문 같은 단어에 밑줄이 있고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