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2021 1027-28..번개불에 콩볶듯이 다녀온 1박2일 짧은 제주여행...

어린시절.. 2021. 10. 29. 03:03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문정희/순간..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와 구엄리 고내포구..
제주올레16코스에 속해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풍광과 정겨운 제주다움이 좋아
제주에 가면 꼭 들리는 곳 중 한곳으로 내가 애정하는 곳 이기도 하다..




그리움은 오래되면 부푸는 것이어서
먼 기억 일수록 더 환해지고
바라보는 만큼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권대웅님의 당신이 사는 달 중 에서...

제주 서부의 이름다운 풍광을 대표하는 새별오름은
초저녁에 뜨는 샛별 같다고 이름 붙었다는 새별오름의 새별은 '샛별', 금성을 뜻하는데,
실제로 새별오름을 찾아가다 보면 허허벌판에 외롭게 서있는 오름을 발견하게 된다..

20분 정도만 오르막을 오르면 정상에 닿는데 속이 탁 트이는 풍광에 은빛억새의 물결이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정월대보름이면 새별오름에서 들불축제가 열리는데.
액운을 몰아내고 다복과 풍요를 기원하며, 새별오름 전체를 통째로 태우는데
어두운 밤, 이글거리는 붉은 들불이 안겨 주는 카니발의 흥분 그리고 익명성.
새별오름의 들불축제는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 이를 보기 위해 제주를 찾을 정도로
가장 볼만하고 성공적인 축제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여러가지 크고 작은 일들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연이어 나를 힘들게 한다..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셀프치유를 위해 '세계자연유산축제'에 맞춰
제주행을 계획하고 쭉이어 '제주 올레걷기축제'까지 참가하려고 준비를 했었다..

세계자연유산 축제는..자연유산에 등재되어 평소에는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축제기간동안만 사전예약, 인원제한으로 탐방할 수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특별한
축제이다..

항공편과 호텔을 예약하고 '제주자연유산센터'에 탐방 예약까지 마쳤는데
끊이지 않고 생기는 일 들로 결국 제주여행을 포기하게 되었다..
하고싶고 하려 했던 일을 하지 못하게되니 스트레스와 짜증이 극에 달한다..

어떡하지..당일치기라도 갔다올까..흔들리는 마음들로 몇일을 생각하다
그래 제주땅을 밟는 것 만으로 충분히 위안이 될 수 있겠다 싶어,
1박2일 다녀오기로 마음 먹는다..

서둘러 항공편 예약하고 대충 준비해서 출발하며
공항가는 리무진 안에서 숙소 예약도 무사히 마쳤다..

공항에서 제주로 출발하며 후배에게 연락을 했더니
하루 시간 비워 친구해 주겠다며
제주 도착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마중나온 후배가 내가 애정하는 장소로 방향을 잡는다..

탁트인 바다와 제주의 풍광이 아름다운 애월의 신엄리와 고내리...
제주올레16코스에 속해 있기도 하는 장소이며
올레길중 가장 많이 걸었던 길 이기도 하다..
시리도록 푸른 제주의 눈부신 바다..바람길이 열려있는 제주의 돌담,
초록나무에 조롱조롱 달려있는 샛노란 감귤들,모든 것이 그리움이였다..

바다 멍으로 애월바다에 끝없이 잠식 되었다가
가을에는 억새를 꼭 봐야 한다며
제주의 서부 중산간 오름의 으뜸 풍광인 억새의 군락 '새별오름'으로 간다..

정월대보름이면 '새별오름' 전체를 통째로 태워 액운을 몰아내고
다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주도를 대표하는'들불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억새가 장관인 이곳은 노을이 아름다운 장소로도 손꼽히는데
일렁이며 억새를 춤추게하는 바람자체도 하늘도..
모든 것이 가을...온통 가을로 가득하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황홀해져 슬픔같은 기쁨이 가슴에서 몽글 거린다..

저녁엔 후배가 예약해둔 횟집에서 대방어 해체쇼를 보여주며
맛난 부위를 골고루 맛보게 해주는 특별한 대접까지..
평화롭고 여유로운 정서적 느낌의 안정감...
아..이런거야..이런게 좋아서 제주가 그리웠던거야..

담날 아침..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고사리 육개장으로 해장을 하고 김해공항으로 육지상륙..
공항버스를 타고 퐝 으로 돌아온다..

짧은 1박2일..
하지만 가슴 가득해 지는 감성포만감은
계획하고 실행하지 못하게 되었던 여행의 결핍을 보충 하기에 충분했음을....

By내가..
211027~28

염려는 믿음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고,
진정한 믿음이 시작되는 곳에서 사라진다.

- 조지 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