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2021 1106 출렁이는 은빛억새의 물결 간월재..

어린시절.. 2021. 11. 11. 01:57

당신이 가지 못한 마음에 내가 들어선다.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사라지기 전까지 미워하다 사라지기 시작할 때부터

비로소 사랑하고, 다 사라져버릴 때까지 포옹하던

향이 깊으면 존재보다 오래 산다.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사라지는 것들은 사라지기 전까지 있다.

 

나는 당신에게 나를 들키고 싶다.

당신의 유서대로 살 것이다.

당신이 남긴 것이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는 것을

내가 증명할 것이다.

당신은 나를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이체/비인칭(非人稱).

 

가을이 성큼 바쁘게 오더니 여심을 휘저어 놓고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눈 깜박할 사이에 돌아갈 채비를 서두른다..

 

가을이 짙어갈수록 은빛 가득 차올라 가을이 끝나도록 하얗게 나부끼는..

쓸쓸하거나 외로운 가을 낭만은..

울긋불긋한 단풍보다는 하얀 억새에 더 가까울 듯하다..

 

마음을 움직이는 가을 풍경이라면 억새만 한 것이 또 있을까..

가을이 무르익은 만추의계절..

간월재 휴게소에 컵라면이나 먹으러 갈까..

떠나가는 가을을 희미하게라도 붙잡아 보고싶어 억새군락지 간월재 휴게소로 달린다..

 

간월재는 ‘영남 알프스’로 알려진 신불산과 간월산 능선이 만나는 자리로

가을철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간월재 억새는 소소한 바람에도 휘청이는 가녀림이 가을 감성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부드러운 바람에 한없이 쓰러지고, 가벼운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는 억새는

가을 낭만을 산처럼 안겨준다..

 

출렁이는 은빛 바다 억새의 물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풍덩 빠져 떠나는 가을낭만을 몸서리치게 안아본다..

 

By내가..

211106

 

하루하루를 자기 인생의 마지막 날같이 살아라.
언젠가는 그날들 가운데 진짜 마지막 날이 있을 테니까.


- 레오 부스칼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