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뭐라고 말할수없이 저녁놀이 져가는 것 이었다.. 그시간과 밤을 보며 나는 그때 내일을 생각했다.. 봄이가고 어제도 오늘 이순간에도.. 빨가니 타는 아스러지는 놀빛.. 저기 저 하늘을 깍아서 하루 빨리 내가 나의 무명을 적어야 할 까닭을... 나는 알려고 한다. 나는 알려고 한다.. 무명/천.. 하얀쉼표 2015.09.26
기다림.. 너만 기다리게 했다고 날 욕하지 말라..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이상하게 같은 세월에 엇갈린 입장을 물에 오른 섬처럼 두고 두고 마주 보았다.. 기다림/이생진 하얀쉼표 2015.09.24
그립다.. 쓸쓸한 사람 가을에 더욱 호젓하다. 맑은 눈빛 가을에 더욱... 그대 안경알 너머 가을꽃 진 자리 무더기 무더기.. 문득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그립다. 그립다 / 나태주 하얀쉼표 2015.09.13
그 골목의 벽.. 아무 말하지 않는 건 무관심 때문이 아니다.. 도무지 말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분명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를 들키고 난 뒤에 오는 먹먹함을 차마 견뎌내기 어려운 까닭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도 그 벽에 너는 꿈에도 모를 낙서를 했다. ....... 벽도 누군가의 가슴을 담아낼 .. 하얀쉼표 2015.09.08
가을의 소원..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안도현 시집/가을의 소.. 하얀쉼표 2015.09.01
나는...!! 나는 망치보다는 못이 되고 싶다. 얻어맞으면 맞을수록 깊게 깊게 박혀.. 어둠 속에 숨어서.. 짧게 또는 길게 받쳐 주는 힘이 되고 싶어.. 한 개 못이 되어 더러는 걸려 주는 힘이건 버티어 주는 힘이 되고 싶다.. 신경득/나는.. 하얀쉼표 2015.08.27
시간이 흐르면... 시간이 흐르면... 기다리던 순간이 오고 기다리던 사랑이 오고 기다리던 무엇이 온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는 흐려지고 마음은 아물고 아픈기억은 지워진다. 지금도 어디선가 나를위한 좋은일 하나가 예쁜상자에 담겨 배송일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황경신/생각이 나서 中에서.. 하얀쉼표 2015.08.20
목숨을 걸고..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이광웅/목숨을 걸고.. 하얀쉼표 2015.08.20
생각이 나서...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다보면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있다와 없다는 공생한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오늘 따라 네가 너무 보고 싶다 생각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너는 항상 보고 싶었다. 기다리는 답이 오기를 기다리다.. 나도 누군가에게.. 하얀쉼표 2015.08.06
8월의 기도.. 이글거리는 태양이 꼭 필요한 곳에만 닿게 하소서.. 가끔씩 소나기로 찾아와 목마른 이들에게 감로수가 되게 하소서.. 옹골차게 여물어 온 세상을 풍요롭게 하소서.. 보다 더 후끈하고 푸르러 추위와 어둠을 조금이라도 덜게 하소서.. 갈등과 영욕에 일그러진 초상들을 싱그러운 산과 바.. 하얀쉼표 201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