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1382

2020 1114 저물어 가는 철길숲 공원의 가을흔적..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공광규, 전문-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곽재구/소나기.. 수면부족으로 생..

20201113 이용주 귀비광 혼자수전을 관람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자연은 결코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우리를 속이는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이다. -루소- 자연에는 비약(飛躍)이 없다. -다윈- 자연은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다가와 놀라운 신비로 선물을 준다.. 선선한 바람이 너무좋아서 해도 숲공원으로 산책 나갔다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근처에 있는 포항 문화 예술회관에서 포항의 빛을 연오랑 세오녀 귀비의 빛으로 표현한 展해오름동맹 교류전으로 열리는 전시회를 관람한다.. 혼자수는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한국의 전통 자수법으로 이용주 작가가 특허를 받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업방법으로, 완벽한 밑그림과 사진(본)을 토대로 비단천에다 비단실을 염색한 후에 그 실을 바늘에 실을 꿰어 찌른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

2020 1112 경주 운곡서원의 만추(晩秋)...

살다가, 이 세상을 살아가시다가, 아무도 인기척 없는 황량한 벌판이거든 바람 가득한 밤이거든, 빈 가슴이, 당신의 빈 가슴이 시리시거든 당신의 지친 마음에 찬바람이 일거든, 살다가, 살아가시다가...... 김용택/미처 하지 못한 말.. 좋다 너와 함께여서 웃는다 내 곁에 있는 너를 보고 ​ 서윤덕/친구.. 겨울이라 단정짓기 전에는 분명 가을이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주변을 살펴보면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만추를 만날 수 있다.. 가장 늦게까지 남아서 아름답게 물들이며 짧은 가을에 위로가 되어주는 은행나무 단풍을 보기위해.. 경주 운곡서원으로 간다..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이며 마지막 가을을 장식해 주는 수령400년된 운곡서원의 보호수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이다.. 운곡서원은 경주시 강동면에 ..

2020 1107 인류의 정신가치를 이야기 하는 안동 도산서원...

전투는 끝났다. 이젠 스스로 물러날 뿐이다. 긴 그 어리석은 싸움에서 그 어리석음을 알고 서서히,서서히,돌아서는이 허허로움.. ​아, 얼마나 세상사 인간관계처럼 부끄러운 나날이었던가. 실로 살려고 기를 쓰는 것들을 보는 것처럼 애절한 일이 또 있으랴.. 가을이 접어들며 훤히 열리는 외길, 이 혼자.. 이제 전투는 끝났다. 돌아갈 뿐이다. 조병화/가을.. 인류의 정신가치를 이야기하는 안동도산서원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길 154 (토계리)에 위치하고 있다. 서원이란 훌륭한 사람들에게 제사 지내고 유학을 공부하던 조선시대 사립교육기관을 말한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처음 세웠다. 선조가 서원에 내려준 ‘도산서원’이라는 현판 글씨는 명필 한석봉이 임금..

20201102 대구 달성 습지(대명 유수지 )의 갈대..

눈 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 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 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홍해리/가을 들녘에 서서.. 대구광역시 달서구 대천동 816에 있는 달성습지 대명유수지에서는 갈대와 억새를 동시에 만날수 있는 곳이다.. 낙동강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맹꽁이 서식지 달성습지로 향한다.. 순천만에 비유해 그 규모가 결코 뒤지지 않는 갈대밭이 은빛물결로 출렁이는 풍경은 장관을 이루어 멋진 가을분위기를 연출한다.. 놓치고 싶지않은 가을.. 오래 곁에 머물러두고 싶은 계절이 이렇게 떠나가고 있다.. By내가.. 201102 행복이란 자신에 국한되지 않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는 데에서 싹트는 것이다. – 윌리엄 ..

2020 1101 대구 팔공산 순환도로의 가을..

툭.... 여기 저기 목숨 내놓는 소리, 가득한데.. 나는 배가 부르다. 나호열/가을.. 사람을 바라보면 눈물이 난다. 사람으로 살아보니 그랬다. 신광철/사람.. 비 내리는 휴일.. 팔공산 순환도로의 가을을 만난다.. 매번 때를 맞추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물든 단풍을 만났다.. 비가 내리고 단풍 비도 내리고 낙엽이 쌓인 도로를 자동차로 달려본다.. 젖은 가을풍경은 한폭의 수채화 같다.. 가을의 막바지 그 절정속에서... by내가.. 201101 행복이란 자신에 국한되지 않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는 데에서 싹트는 것이다. – 윌리엄 조지 조던 –

2020 1031 조용한 포구에서 차박 캠핑을 하며...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김용택/들국.. 10월의 마지막날.. 나름 의미를부여하며 특별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날.. 방석항과 방석 방파제가 버라보이는 포항시 조사리 선착장 부근에서 ..

2020 1030 눈부신 해파랑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가을풍경..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도종환/단풍 드는 날.. 적당한 바람이 불어 좋은날 바다에는 서퍼들이 카이트보딩과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다.. 무너질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김은 중얼거린다, 누군가 나를 망가뜨렸으면 좋겠네.. 기형도/오후 4시의 희망.. 장길리 낚시공원옆 해상육교인 보리암 버릿돌. 보릿돌교라 불리어 졌는데... 갯바위가 보리 모양이라서 보릿돌이라고..불리었고 미역이 많이 나는 곳이란다.. .....

20201026 대구 계명 성서캠퍼스 가로수길 의 황혼 (黃昏)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기형도/노인들..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상국/단풍.. 가을이 지나가는 소리가 시공을 넘어 내게로 온다.. 캠퍼스가 아름다운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돌아보고 느티나무가로수 길을 걸어 단풍만큼 붉게 물들어가는 황혼을 마..

2020 1025 추색(秋色) 짙은 속리산 법주사..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정호승/가 을.. 조선 중기의 시인 백호(白湖)의 시에 묘사된 것처럼 속리산은 속세를 떠난 피안(彼岸)의 세계다.. 속리산 천황봉에서 관음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의 남쪽 지역에 법주사가 있다. 오랜 세월 자연에 의해 형성된 아름다운 산수와 법주사를 중심으로 역사 깊은 문화 경관이 함께 어우러져 빼어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승지로 '법이 편안히 안주할 수 있는 절’이라 하여 법주사이다.. 내 인생에서 다섯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드문 걸음 했었던 곳.. 그마저도 매번 오래 기억될 특별한 스토리가 묻어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