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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31 조용한 포구에서 차박 캠핑을 하며...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김용택/들국.. 10월의 마지막날.. 나름 의미를부여하며 특별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날.. 방석항과 방석 방파제가 버라보이는 포항시 조사리 선착장 부근에서 ..

2020 1030 눈부신 해파랑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가을풍경..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도종환/단풍 드는 날.. 적당한 바람이 불어 좋은날 바다에는 서퍼들이 카이트보딩과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다.. 무너질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김은 중얼거린다, 누군가 나를 망가뜨렸으면 좋겠네.. 기형도/오후 4시의 희망.. 장길리 낚시공원옆 해상육교인 보리암 버릿돌. 보릿돌교라 불리어 졌는데... 갯바위가 보리 모양이라서 보릿돌이라고..불리었고 미역이 많이 나는 곳이란다.. .....

20201026 대구 계명 성서캠퍼스 가로수길 의 황혼 (黃昏)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기형도/노인들..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상국/단풍.. 가을이 지나가는 소리가 시공을 넘어 내게로 온다.. 캠퍼스가 아름다운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돌아보고 느티나무가로수 길을 걸어 단풍만큼 붉게 물들어가는 황혼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