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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16 고령 은행나무 숲의 절정..

가을은 늘 서먹했다. 성긴 마음에는 늘 바람이 불었고 바람이 드나드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가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탓에 나는 매일이 투명해졌다. 그 탓에 울음을 참는 일이 자주 들통났다. 어깨의 능선은 갈참나무 숲처럼 항상 스산했다. 돌올한 새벽마다 베개에는 비 소식이 들렸다. ​ 그는 떠나면서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가을만큼은 챙겨가지 못했다. 그러나 사랑할 것이 없어진 사람의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지지 않았다. ​ 서덕준/사랑할 것이 없어진 사람들의 이야기.., 화원유원지라 불리는 사문진 나루터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강변에 마련된 다산 문화공원의 은행나무숲이 스크린처럼 펼쳐진다.. 다산 은행나무 숲은 가을 비대면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낙동강 수변의 억새 또한 멋진 장관을 연출해준다.. 강변..

2020 1114 저물어 가는 철길숲 공원의 가을흔적..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공광규, 전문-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곽재구/소나기.. 수면부족으로 생..

20201113 이용주 귀비광 혼자수전을 관람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자연은 결코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우리를 속이는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이다. -루소- 자연에는 비약(飛躍)이 없다. -다윈- 자연은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다가와 놀라운 신비로 선물을 준다.. 선선한 바람이 너무좋아서 해도 숲공원으로 산책 나갔다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근처에 있는 포항 문화 예술회관에서 포항의 빛을 연오랑 세오녀 귀비의 빛으로 표현한 展해오름동맹 교류전으로 열리는 전시회를 관람한다.. 혼자수는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한국의 전통 자수법으로 이용주 작가가 특허를 받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업방법으로, 완벽한 밑그림과 사진(본)을 토대로 비단천에다 비단실을 염색한 후에 그 실을 바늘에 실을 꿰어 찌른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