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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06 출렁이는 은빛억새의 물결 간월재..

당신이 가지 못한 마음에 내가 들어선다.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사라지기 전까지 미워하다 사라지기 시작할 때부터 비로소 사랑하고, 다 사라져버릴 때까지 포옹하던 향이 깊으면 존재보다 오래 산다.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사라지는 것들은 사라지기 전까지 있다. 나는 당신에게 나를 들키고 싶다. 당신의 유서대로 살 것이다. 당신이 남긴 것이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는 것을 내가 증명할 것이다. 당신은 나를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이체/비인칭(非人稱). 가을이 성큼 바쁘게 오더니 여심을 휘저어 놓고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눈 깜박할 사이에 돌아갈 채비를 서두른다.. 가을이 짙어갈수록 은빛 가득 차올라 가을이 끝나도록 하얗게 나부끼는.. 쓸쓸하거나 외로운 가을 낭만은.. 울긋불긋한 단풍보다는 하얀 억새에 더 가까울 ..

2021 1031 동화속 같은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의 가을..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갈대.. 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는 봄과 당신이라는 호칭 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 돌려받은 책장 사이에서 만난 단어, 속눈썹, 눈에 밟힌다는 건 마음을 찌른다는 것, 건네준 사람의 것일까, 아니면 건네받은 사람.. 온 곳을 모르므로 누구에게도 갈 수 없는 마음일 때 깜빡임의 습관을 잃고 초승달로 누운... ​ 지난봄을 펼치면 주문 같은 단어에 밑줄이 있고 이미..

2021 1030 귀한 선물을 받고 감사한 마음..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문정희/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아주 오랫만에 후배 둘이서 번갈아가며 전화질 하더니 둘이 약속을 했나보다.. 보고 싶다며 갑자기 부산에서 퐝으로 온단다.. 코로나로 인해 2년만의 만남이다.. 뭘 이렇게 바리바리 사들고 오는지.. 귀하고 귀한 송이와 한우셋트.. 그리고 엄마께 드려라며 토종벌꿀까지... 난 그저 아끼는 후배이기에 그동안 나의 마음을 보여준 것 뿐인데 그동안의 배려와 사소한 챙김에 너무 감사 했었다며 이런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후배들.. 만기적금이라도 탔는지 거금을 들여 귀한..

바람부는 날.. 202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