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2021 0726 우여곡절의 시간을 보내고 백신1차접종을 마치고..

어린시절.. 2021. 7. 26. 15:02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오늘도 이 세상의 그런 하루였단다 숙아“

고은/'순간의 꽃' 중에서..

 

6월은 잠깐의 방심으로 어이없이 갈비뼈에 금이가는 불상사를 겪으며

운동을 접고 침대와 동맹맺으며 게으름으로 일관했었다..

그 결과 넘치는 배둘레햄과 관절이 굳어 움직일때마다 뚝뚝이 현상으로 생기는 노인병 증상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만사가 짜증스러웠었다..

 

넘어진김에 쉬어간다는 옛말을 우려먹으며

이참에 코로나 백신이나 맞고 쉬어 주자며 잔여백신 신청을 해놓았지만

내차례는 결국 오지않았다..

 

그렇게 한달정도 참선하는 마음으로 소파와 침대에 딱풀놀이를 했더니

이젠 몸놀림이 어지간히 자유러워지며 숨통이 틔여 살것 같았다..

 

7월을 더위로 시작하면서 여전히 운동과는 거리를 두면서

그나마 'Yoga at home'으로 조금씩 몸을 움직여 주지만

줄어들지 않는 배둘레햄을 원래 내것인냥 끌어안고 지내다

드디어 백신사전예약을 할 수있는 날짜가 되었다..

 

내것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one's usual mind'로

광() 클릭으로 사전예약을 마쳤다..

 장마가 끝나면서 폭염과 열대야의 연속으로 지쳐가고

습도높은 꿉꿉함이 불쾌지수를 높혀 자꾸만 나의 인내심을 간 보고 있다..

 

백신접종 일주일 전..

아..담주면 나도 드디어 백신접종을 하는구나..

설레임이 주는 기대반..

두려움이 주는 긴장감 반..

 

화롯불을 껴안은 갱년기 열 증상에 연신 힘들다를 궁시렁거리며 

평소에 실온으로 음용하는 생수를 얼음물로 대체하고

잠 못드는 날들을 뜬눈으로 지새며

24시간 냉방기를 끌어안고 씨름 하다보니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5일전..

새벽부터 시작된 복통이 창자가 빠져 버릴듯 심한통증과 함께

몸속의 모든 지꺼기들이 몸밖으로 쏟아지더니 식은땀과함께 비몽사몽..

몸을 움직일 수 없을정도로 기력이 소진되어 시체가 되었다..

억지로 희미한 정신줄을 움켜지고 버티며 화장실앞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를 보냈다..

 

4일전..

기진맥진 좀비가 되어 종일 시체놀이를 하며 악몽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온통 지배당하며...

 

3일전..

소태 씹은듯 쓴 입맛에 과민성 장염으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자꾸 설움같은

슬픔이 밀려온다..

눈이 짓무르게 울었다..

거울을 보니 꼬라지가 완전 엘롱이다..

 

말 할 기운도 없는 상태라

선배와의 저녁 약속을 지킬 수 없게되어 톡으로 알렸더니

좋아하는 과일이라도 먹고 기운내라며 과일 바구니를 보내왔다..

그래..내가 힘들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좋은친구라 했었지..

 

질병관리청에서는 몸상태가 좋지않으면 백신접종을 연기를 하라는

 백신접종 안내문의 내용처럼

그냥 이상태로 백신접종을 해야할지,다음으로 연기를 해야할지

조금의 걱정과 불안함에 생각이 많아진다..

 

2일전..

물만 마셔도 화장실로 뛰게 신호를 보내던 상태는 호전 되었지만

기분나쁜 배앓이는 아직도 한번씩 짜증나게 성질을 건드린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속을 다 비워 내고나니 배가 확 줄어 만삭에 가깝던 뱃살이 얇아져 다행이다..

어떤결과에 대한 댓가는 반드시 치루게 된다는 세상의 이치를

다시 한번 인식한다.

거울을보니..눈이 움푹 들어가고 꼬질한 얼굴이 5년은 늙어 보인다..

 

1일전..

몸 상태는 괜찮은 것 같은데 오후까지도 살짝 고민했다..

나의 건강상태가 백신접종이 가능한 컨디션인가 를..

 

한낮의 더위가 조금 숨죽인 오후9시..

거의 두어달 만에 철길숲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본다..

여전히 운동나온 사람들과 애완견 산책시키는 사람들로 붐빈다..

남을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느껴보았다..

 

여전히 잠은 멀리있는 밤이다..

 

오늘 26일..

62년~71년생 코로나 백신예방접종 첫날이다..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간다..

 

발열체크 후 큐알코드로 방문자 인정..신청명단 확인후 번호표 발급..

예진표작성.혈압체크..긴장탓인지 평소보다 혈압이 높게 측정되었다..

의사샘과의 사전면담(진료)을 기다리며 심장이 자꾸 두근거린다..

 

내차례다..

병원원장님이 직접 백신접종자들의 사전면담 진료를 하실줄 몰랐다..

나와는 20여년의 인연으로 잘아는 병원 원장님이신데

반가움과 의사로써의 신뢰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에

나의 불안감은 얼음녹듯 녹아버리고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백신1차접종을 무사히 마쳤다..

 

지금은..

션한 냉방기 아래서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휴식중이다..

 

by내가..

210726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은
사실은 그것을 하기 싫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 스피노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