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2021 0504 비님 오시는 날 친구들과 함께..

어린시절.. 2021. 5. 9. 05:25

대숲으로 간다.
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자욱한 밤안개에 벌레 소리 젖어 흐르고...
벌레 소리에 푸른 달빛이 배어 흐르고...

대숲은 좋더라.
성글어 좋더라.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

꽃가루 날리듯 흥근히 드는 달빛에....

 

신석정/대숲에 서서..

 

 

아침부터 톡소리가 요란하다..

'오늘 비 소식있음..비 오면 막걸리 마실 마음의 준비 장착하기..

저녁시간 비워놓기'...

 

비 를 기다리는 건지..

막걸리 마실 시간을 기다리는건지..

하늘은 맹숭맹숭 흐리기만할 뿐..

 

실시간 일기예보를 검색하니 비 내릴 시간이

당겨졌다 미루어지기를 반복한다..

 

비 오는 것과 상관없이 약속시간 정해서 만나면 될것을...

꼭 비가 오는때를 맞춰야하는

무의미하고 비현실인 낭만을 빙자한 계획에 살짝 짜증이나

친구에게 톡을 보냈다..

 

'억지 낭만 재미없음..내시간 함부로 뺏어 가지마..너무 늦게 비 내리면 안 나갈겨'..했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한시간내로 약속장소에 도착할께..너도 출발해"라고..진작에 이랬어야지..

막 집을 나서는데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진작에 약속 했더라면 기다리지 않아도 비는 진즉에 내렸을텐데.. 

많은 비는 아니지만 조립식 건물 지붕위로 떨어지는 비 소리가 제법 운치를 돋군다..

 

2차는 친구가 취미삼아 꾸며놓은 자신만의 홀로 다실에서..

우리랑 마실려고 쟁여놓았다는 Johnny Walker Blue를 마시며

살짝 돋는 취기를 옛이야기로 꽃피운다..

 

비도..바람도..시간도..
생각도..마음도 흘러가고
미움도..원한도 또 그렇게 흘러가니 얼마나 감사한지...

어떤 작가는 흘러가는 것은
아름답다고 했다..

흘러가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서 비워지고 남아지는 곳에

새로운 것으로 채울수 있으니
어찌 아니 좋을수가 ...

 

By내가..

210504..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어차피 당신이 살아서는 삶에서 빠져 나갈수 없으니..

-앨버트허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