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20191124 조용한 절집 기장 장안사에서...

어린시절.. 2019. 11. 27. 01:15

독뚜껑을의 하나하나씩 덮는 저녁은..

저녁은 깊이깊이 들어간다.

 

나는 예닐곱 뚜껑을 덮고

天蓋(천개)로 나의 바깥을 닫고

미처 돌아오지 못한 것이 있다.

 

발을 씻고 몇 걸음 앞서

봄마루에 앉으면...

 

너는 내게

아주 가까이는 아니게

산마루까지만 와

 

길고 긴 능선으로

돌아눕는다.


문태준/어느 저녁에..



기장군 장안읍에있는 장안사는

보물 제1771호. 통일신라 문무왕 13년(673)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대웅전은 김방한의 ‘장안사대웅전기’(長安寺大雄殿記)와 근래에 발견된

‘묵서명’으로 인해 건물의 중건 및 중수연대가 명확히 규명된 부산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다포식 건축물이다...

 

 

 

 

우지마라 냇물이여,

언제인가 한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우지마라 바람이여,

언제인가 한번은 버리는 것이란다.


계곡에 구르는 돌처럼,

마른가지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삶이란 이렇듯 꿈꾸는 것.


어차피 한번은 헤어지는 길인데

슬픔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청솔 푸른 그늘 아래 누워서

소리 없이 흐르는 흰 구름을 보아라.


격정(激情)에 지쳐 우는 냇물도

어차피 한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오세영/언제인가 한번은..

 

 

 

 

 

 

 

 

 

  

차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의 나른함을 덮고,

깊지도 얕지도 않은 적당한 술잔에 애틋함을 담아,


가랑비가 솔솔 내리듯

여인이 나풀나풀 움직이듯..

 

취중은 장자인지 나비인지 모를

몽롱한 꿈을 꾸듯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는...

 

이위발/봄날은 간다..


 

 

 

 

 

느릿느릿 떠나지 못하는 가을과

빠르게 스며드는 겨울 ..

계절의 행간에 공존하는 두계절..


요동치는 내 마음처럼 종잡을 수없는 기후..

변화무상한 날씨에따라 마음도 수시로 변하는 요즘이다..

 

휴일의 아침..

먼곳에서 불쑥 찿아온 친구가 단풍고운 장안사에 가고싶대서 찿아 간 아름다운 절집 장안사..

그곳에서 오래된 추억을 꺼내어본다..

 

이곳에도 제몸을 불사르며 고요한 순리로 가을은 떠나가고 있다..

진정 이제는 떠나는 계절에게 작별을 고해야 할 때가 분명하다..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리라.. 


차가운 공기가 목덜미를 타고

나의 어깨에 팔을 걸친다..

오소소 도드러지는 닭살이 그리 기쁘지는 않지만...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한

초겨울의 탄산같은 시원함이라

나는 거부하지 않으며

찾아온 계절 그대를 껴안아 주겠다..

 

겨울...오시느라 수고 많았어...

우리 잘 지내 보자구...



by내가...

191124 

 


 

풍요 속에서는 친구들이 나를 알게 되고,

역경 속에서는 내가 친구를 알게 된다.

- 존 철튼 콜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