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20181124 가을이 떠나가는 부산 해운대와 동백섬의 비요일...

어린시절.. 2018. 11. 27. 15:25

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허수경/바다가..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유치환/낙엽

 

 

 

 

 

 

 

 

 

나무뿌리가 사원을 감싸고 있다.

무서운 기세로 사람 다니는 길마저 막았다.

뿌리를 하나씩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원의 벽돌이 하나씩 무너져내렸다.

곧 뿌리 자르는 일을 그만두었다..

 

오래 걸려 나를 다 치우고 나면 무엇 먼저 무너져내릴 것인가.

나는 그것이 두려워 여태

이 벽돌 한 장을 나에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이병률/오래된 사원..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나태주/시..

 

 

 

 

눈이라도 나릴 것 처럼 잔뜩 찌푸린 하늘에 미세먼지까지 가득한

세상은 온통 잿빛이다..

 

아직 가을이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지만

이미 가을은 완전히 끝나 있었다..

윗쪽지방의 눈 소식으로 겨울은 증명되었고..

첫눈이 이리 많이 온 것은 37년 만이라며

지인들의 무차별 사진 투척으로 나는 첫눈속에 파묻혀

겨울을 시작하고 있었다.

 

 

주말 아침..

바다를 보겠다며 부산으로 달린다..

지척에 바다를 품고 있는 퐝에 살고있는 내가...

 

부산으로 가는 길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오락가락 내려 계절의 쓰산함이 춥게만 느껴진다..


섬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동백나무가 섬의 이름이 된 동백섬에서

차가운 계절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꽃을 보았고

해운대의 거친 비바람속에서 차마 떠나지 못한 단풍을 만났다..


가을은 이렇게 미적거리며 미련을 떠는데

겨울은 점령군처럼 차가움으로 무장하고 당당하게 쳐들어왔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나의 시시콜콜한 일상들처럼

2018 가을은 그렇게 저물어 갔고..

이렇게 나의 겨울은 시작 되고 있엇다..

 

By내가..

181124




인생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단호한
신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 버트런드 러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