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쉼표

기억의 자리..

어린시절.. 2017. 4. 15. 12:17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흔들리는 것들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기억의 자리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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