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 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이고 있었다..나는..
얼어 죽지않기 위해 몸을 비비는 것처럼
너를 적시기 위해 자꾸만 침을 뱉었다..
네 비늘이 어둠속에서 잠시 빛났다..
그러나 내 두려움을 네가 알았을리 없다..
조금씩 밝아오는 것이, 빛이 물처럼
흘러들어 어둠을 적셔버리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자꾸만 침을 뱉었다..네 시든 비늘 위에..
아주 오랜 뒤에
나는 낡은 밥상위에 놓인 마른 황어들을 보았다..
황어를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나는 너를 한눈에 알아 보았다..
나희덕/마른 물고기처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