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쉼표

기도..

어린시절.. 2015. 4. 6. 23:00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정채봉/기도

 

 

 


  

Soledad - Amy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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