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쉼표
놓치지 말아요..
어린시절..
2010. 12. 1. 00:44
첫눈 내리는 겨울밤 골목길에 그와 함께 있을 때,
오랫동안 미뤄왔던 '사랑해!'하는 고백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어느 봄날,
작고 초라해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느끼곤
아버지를 등 뒤에서 꽉 껴안아 주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별똥별이 떨어지는 어느 밤,
소원을 빌 수 있는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도심을 걷다 콘크리트 사이를 뚫고 나온 작은 들꽃을 보며
바쁜 걸음 멈추고 잠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시간의 간극이 벌어지면 더 힘들고 어색할 용서를 구하는 일,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하루하루 미루면 어느새 나보다 더 커져서 안아줄 수 없는 아이,
지금 안아줄수 있는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유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
그 순간을 조바심으로 놓치지 말아요.
슬픈 영화를 보다가 옆 사람 눈치를 보며 주저하는 눈물,
마음껏 울 수 있는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자주 찾아오지 않을 세상의 모든 작은 기회들을 놓치고 후회하지 말아요.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지금뿐인 그 순간들을...
놓치지 말아요-박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