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쉼표
50대는 가을 바람에 흔들린다.
어린시절..
2012. 9. 13. 17:21
- 바람불면 가슴이 시려오고 비라도
내릴라 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오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 온몸은 소름으로 퍼져가고
푸른빛 하늘에 솜털 구름 떠다니는 날엔
하던 일 접어두고 홀연히 어디엔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 무심히 밟고 지나던 길도..
노점상의 골패인 할머니 얼굴도 이젠 예사롭지가 않다.
오십대를 황홀한 나이라 하기에
그 나이 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젊은 날의 내 안의 파도 그 출렁거림을 잠재우고 싶었기에...
- 사십만 되면 더 이상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기에...
- 하루 빨리 오십대 되기를 무턱대고 기다려 왔었다.
지난날 진정 불혹임을 철석같이 믿었었다.
이제 세월을 맞이 하여 오십대가 되었다.
그러나 무엇이 불혹인지 무엇에 대한 황홀함인지
도무지 모르며...
- 갈수록 내 안의 파도는 더욱 거센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위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그래도 굳이 지난날 불혹을 믿으라 한다면..
- 아마도..
그건 잘 훈련 되어진 삶의 자세일 뿐일 것 같다.
마흔이 되어서야 어떤 유혹에든 가장 약한 나이가
다시 오십대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더없이 푸른 하늘도
- 회색 빛 낮은 구름도...
-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코 끝의 코스모스 향기도..
- 그 모두가 다 유혹임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어설프지도 곰삭이지도 않은 적당히 잘 성숙된 그런 나이이기에..
- 어쩌면 한껏 멋스러울 수 있는
멋을 낼 수 있는 나이가 진정 오십대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인지 오십대란 황홀함 아니라 가을 바람에
실버들처럼 살랑 살랑 한들 한들 휘날리며..
- 떨어지는 한잎 낙엽 처럼 황홀한 꿈속으로..
사라지는 가을 바람인가 봅니다.
50대는 가을 바람에 흔들린다./ 좋은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