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을 홀로걷다..
서귀포의 아침은 흐림으로 시작했다..
제주시보다 습도가 많아 흐리고 안개낀 날 이 많다..
늦은 아침에 혼자서 무작정 길을 나선다..
아무런 준비없이 가벼운 맘으로..
우기라서 일까..
버스를 타고 대평포구로 이동.. 9코스를 시작하려는데..
젖지 않을 만큼의 안개비와 동행한다..
대평포구에서 화순항까지...
대평리 삼거리에서 포구로 들어서기전..
골목길에 "물고기카페"가 있다..
영화"꽃잎"을 만든 정선우감독이 직접운영한다..
담쟁이넝쿨로 우거진 벽에.. 자그마한 간판..
조금은 허술한듯.. 그래서 정겨움이 느껴지는..
카페가 비어있고 여기저기 거미줄이 성성하다..
카페창에 대롱거리는 팻말.."사정상 잠시 카페를 닫는다고".
지난해에 여기서 노을지는 대평포구를 바라 보았었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망막속에 확 안겨오는 포구..
성난 바다의 거친 숨소리에 뽀얀 해무를 뿜어내고..
순간 왈칵 하고 감동이 안겨온다.
포구를 돌아서자 자그마한 오름이 시작되며 숲길로 이어진다,
숲속에 들어서자 다시 안개비와 함께 안개가 빠르게 내려앉는다.
앉을 공간이 부족했던 것일 까.. 넓은 풀잎에 영역을 나타내는 거미줄이 얽켜있다..
무엇을 그렇게 감추고 싶은건지..
절제됨 속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표출하고 싶었던 걸까..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정도로 안개는 나보다 빠른 걸음으로 앞서간다..
숨죽인 고요..
그속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
인적없는 혼자만의 길..
그 길에서 거추장스럽던 마음의 옷을 벗어던지고..나를 버릴때..
비로소 난 진정한 자유와 만난다..
안개속으로 홀로 걸으며 내가 얼마나 미비하고 나약한 존재인가를..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조차..얼마나 큰 자만이며 허영심 이였던가를..
아득한 절벽아래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대면하고
쿵쾅거리는 심장의 울림에 절벽 저 아래 파도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길위에선 난 영혼의 자유로움을 안는다..
제주에선 모든것을 수용할수 있을..내게 없던 너그러움과 여유가 생긴다..
지루하지않다.. 결코 심심하지않다.. 그래서 난 외롭지도 않다..
이곳에서만은 난 완전하다..
아무것도 아닐수도..그 어떤 것 일수도...
전부가 아니면..아무것도 아니라는.. 비워내지 못하던 내가..
늘..나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던 내가..
감정에 흔들려 길 잃고 우왕좌왕 하던 내가..
나를 아프게..힘들게 했던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임을 다시 확인한다.
새롭게 태어날 나를 기다리며..(by내가..)
.........
......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 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걸...
오늘 하루도 새롭게 시작하기를...
백창우/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