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20190504 청송 주산지와 선비의 고향 영양 주실마을..

어린시절.. 2019. 5. 9. 21:49

긴 여름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앉아

바람을 방에 안아들고

녹음을 불러들이고

머리 위에 한 조각 구름 떠있는

저 佛岩山마저 맞아들인다.


김달진/여름방

만수위를 자랑하는 청송주산지.. 

주산지의 시간은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참 좋은 계절의 풍경...

 

 

 

 

 

 

무작정 떠난 길..

주변 검색을하면서 가 볼 곳을 찿았다.. 

지조있는 선비들의 고향 ..영양 주실마을

조지훈 예술제를 만나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승무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랑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임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조지훈/사모..

 

 *내가 가슴 저리도록 좋아하는 시를 만나다..

 





 

5월이 열리고..

3일동안 연휴가 이어졌지만..

별다른 계획은 없었다..

그저 주변 산책이나 하고 영화나 보며

심심한 연휴를 보낼뻔 했는데..


시간이 될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던 그 가 연락을 해 왔다..

무심한듯 툭 던지는 시크한 한마디...

"우리 올만에 태백으로 가 볼까.."

이 말은...

함께 연휴를 보내자는 달콤한 말이 분명하다..


늘 7번 국도를 타고 바다를 보며 북상했지만

이번엔 바다쪽 길 말고 산쪽으로 올라 가보자는

그 의 제안으로

그렇게 나선 태백으로 가는 길..


청송 주산지의 신록을 만나고

영양을 지나며 주실마을에서 조지훈예술제를 만나는

행운도 안아본다..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아도 그때그때 마다

마주하는 시절의 인연들과 우연의 시간들이

기쁨과 감동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안겨온다..

 


by내가..

190504 


 

 

 행복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 아리스토텔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