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20181215 동해안을따라 울진죽변항까지 바람 맞으러 가다....

어린시절.. 2018. 12. 17. 15:07

새벽이 되어 지도를 들추다가

울진이라는 지명에 울컥하여 차를 몬다.

 

울진에 도착하니 밥냄새와 나란히 해가 뜨고

나무가 울창하여 울진이 됐다는 어부의 말에

참 이름도 잘 지었구나 싶어 또 울컥..

 

해변 식당에서 아침밥을 시켜 먹으며

찌개냄비에서 생선뼈를 건져내다 또다시

왈칵 눈물이 치솟는 것은 무슨 설움 때문일까..

 

탕이 매워서 그래요? 식당 주인이 묻지만

눈가에 휴지를 대고 후룩후룩 국물을 떠먹다

대답 대신 소주 한 병을 시킨 건 다 설움이 매워서다..

 

바닷가 여관에서 몇 시간을 자고

얼굴에 내려앉는 붉은 기운에 창을 여니

해 지는 여관 뒤편 누군가 끌어다 놓은 배 위에 올라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한 사내..

 

해바라기 숲을 등지고 서럽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한 사내

내 설움은 저만도 못해서

내 눈알은 저만한 솜씨도 못 되어서 늘 찔끔하고 마는데..

 

그가 올라앉은 뱃전을 적시던 물기가

내가 올라와 있는 이층 방까지 스며들고 있다.

 

한 몇 달쯤 흠뻑 앉아 있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돌아가는 사내의 집채만한 그림자가

찬물처럼 내 가슴에 스미고 있다.

 

이병률/스미다..

 

 

 

 

나는 말하고

너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고

너는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젖고

너는 젖지 않는다.

이대로 익사할 거라고 말한다.

 

송승언, /물의 감정..

 

 

 

 

 

네가, 내 간을 뜯어가듯 조금이었음 한다.

이빨의 기운을 믿어 나를 물고 내 속을 후려치지 않았음 한다.

 

삼라만상이 내 말을 믿었음 한다

잘못했으니 다 내 잘못이었으니,

산 늪에 몸을 들여 늪이 다 마르고 말라 몸 갈라지면,

 

모래가루 복받쳐 나오는 내 심장을 벌려

얼굴을 묻은 채로 안 볼터이니...

 

한 장의 이파리처럼 뒤집히는

이 소요, 아주 가끔이었음 한다..

 

이병률/탄식에게..

 

 

 

 

 

 

 

 

 

 

 

 

연말이라고하니 별다른 일이 없어도 괜히 설레이고

한편으로는 인식조차 하기 힘들만큼 빠르게 흐르는 세월에 상실감이 느껴져

눈 쌓인 겨울풍경도 보고 싶어지고

잊고 지내던 친구의 얼굴도 보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게으르게 휴일 아침을 맞이하고

커피한잔으로 늘어졌던 정신줄을 챙기며 창밖을 내다보니

흐린 하늘에서 눈 같은 것이 비와 섞여 내리기 시작한다..진눈깨비..

이름하여 첫눈이다..

 

윗쪽지방에는 함박눈이 내렸다는데

이곳보다 조금 더  윗쪽동네로 가면 설국의 나라를 만날수 있겠다싶어

서둘러 길을 나서며 영덕을 거쳐 울진까지 달린다..

아 이론 덴장..!!

 

영덕을 지나 축산항쯤 가다보니 내리던 비 가 그치고

구름사이로 간간히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더니 예상밖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잘못된 선택이였다..

차라리 목적지를 대구로 정하고 팔공산쪽으로 부지런히 갔으면

펄펄 날리는 함박눈을 볼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지만 어떤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시나마 설레었으니

나쁘진 않다.. 

 

변화무쌍한 휴일의 날씨를 느끼며

7번국도를 따라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겨울 드라이브....

내친김에 달려간 울진 죽변항에서

맛난 대게도 맛보고  조금늦은 아,점,저를 먹고 퐝으로 컴백한다..


몇년에 한번 내릴까 말까하는 귀한 눈..

눈이 귀한동네이다 보니 드물게 눈이라도 내리면

도시 전체가 설국속에 갇혀 버리는 곳..

이 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그래서 설원의 겨울풍경을 동경한다..


 

 

 

 by내가..


181215

 


 

 

그때 나는 사랑인 줄도 모르고

조금 아득했고 조금 열려 있었는데..

 

무엇인가 내 안에 고여 들었는데..

흰 거품처럼 흩어지고 말았는데..

 

장석원/이상한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