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20180311지리산 칠 사암자 순례길에서..

어린시절.. 2018. 3. 13. 18:52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서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조병화 겨울..

 

삼정산은..

지리산 국립공원으로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과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을 갈라놓은

도경계선상의 봉우리로 이산 동쪽 산기슭에 자리잡은 하정,음정,양정마을 뒤산이라

세 마을의 이름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칠 사암자 순례길은...

지리산국립공원 내에는 20여개가 넘는 사찰과 암자 중에

삼정산 능선 자락에 있는 도솔암(1,165m), 영원사(895m),

상무주암(1,162m), 문수암(1,060m), 삼불사(990m),

약수암(560m), 실상사(330m) 를 지리산 칠 사암자순례길'이라고 한다..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정희성/산..

 

 

 

 

 

 

 

오르는 것이 아니네..

내려오는 것이네..

 

굽이굽이, 두고 온 사연만큼

해거름 길어지는 산 그리메

막소주 몇 잔, 목젖 쩌르르 삼키듯

그렇게 마시는 것이네..

 

거기 묵김치 같은 인생 몇 쪽

우적우적 씹는 것이네..

 

지나 보면 세상사 다 그립듯

돌아 보이는 능선길

그게 즐거움이거든..

 

권경업/등산

 

 

 

 

 

 

 

절망의 꽃잎 돋을 때마다

옆구리에서

겨드랑이에서

무릎에서

어디서 눈이 하나씩 열리는가..

 

돋아나는 잎들

숨가쁘게 완성된는 꽃

그러나 완성되는 절망이란 없다..

 

그만 지고 싶다는 생각..

늙고 싶다는 생각..

삶이 내 손을 그만 놓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 그러나 꽃잎보다도 적게 산 나여..

  

나희덕/고통에게 2

 

 

 

 

 

 

그 자리가 비었어도

밖엔 봄이 충분 하였다.

 

나 혼자 있어도

밖엔 봄이 충분하였다.

충분한 봄으로 그 시간을 채웠다.

 

천양희/봄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中..)

 

 

 

 

 

 

 

 

저물 무렵

무심히 어른거리는 개천의 물무늬에

하늘 한구석 뒤엉킨

하루살이떼의 마지막 혼돈이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바라보려 한다..

 

뜨거웠던 대지가 몸을 식히는 소리며

바람이 푸른빛으로 지나가는 소리며

둑방의 꽃들이...

 

차마 입을 다무는 소리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들으려 한다..

 

어둠이 빛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나무의 나이테를

내 속에도 둥글게 새겨 넣으며

가만 가만히 거기 서 있으려 한다..

내 몸을 빠져나가지 못한 어둠 하나

옹이로 박힐 때까지

 

예전의 그 길, 이제는 끊어져

무성해진 수풀더미 앞에 하냥 서 있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나희덕/그런 저녁이 있다..

  

 

난..

봄이 되면 왜 그렇게 가슴이 간질거리며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어지는지..

겨울내 토닥여 잠 재워 놓았던 역마가 봄바람 타고

다시 꼬물꼬물 기지재를 켜기 시작한다..

 

불금날..

모처럼 지인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툭 던진 한마디..

일욜 봄 마중하러 지리산 둘레길이나 걸어볼까..라는 말 을..

또 다른 누군가가 덥썩 물었다..

마치 내 마음을 훔쳐보기라도 한 듯....

그래서 떠난다..

 

지리산 칠 사암자 순례길...

지금은 통제기간으로 입산이 금지되어 있지만

인적없는 길 을 걸어 보자며 음정마을에서 출발...

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약수암-실상사 약8km..까지..

 

몇일전 내린 봄비가 지리산자락에는 눈이 되어 내렸나보다..

 

뜻하지 않았던 눈 속의 트래킹..

봄날에 만난 겨울이야기..

아마도 올해 마지막 눈이 되겠다..

 

두계절이 공존하는 겨울과 봄의 그 행간사이를 우리는 지나간다.... 

 

신나게 눈썰매를 타며 재미있게 걸었던 여운이 채 가시질 않아

한동안은 봄 바람으로 간질거리는 가슴 토닥이며 견딜수 잇을 것 같다..

 

 

아..이 계절엔 자꾸만 바람나고 싶다..

봄바람 만나고 싶다..

 

by내가..

 

180311

 

 

 

이른 봄에 핀

한 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있느냐고..

묻는...

 

도종환/한 송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