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20171022 태풍오는 날 울산대왕암 공원에서 바람맞다..

어린시절.. 2017. 10. 24. 16:32

열정의 밤을 함께 하고

모두들 떠난 플랫폼처럼

홀로 몸서리치는

겨울바다..

 

다시 돌아올 사랑이라면

허우룩한 백사장에

스며들어도 좋으련만...

 

갈매기도 찾지 않는

방파제에서

파도의 울음을 새긴다..

 

임영준·겨울바다..

울산광역시 동구 등대로 140 일대 (일산동)에 있는 대왕암 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울주군 간절곶과 함께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으로..

동해의 길잡이를 하는 울기항로 표지소로도 유명하다..

 

이곳 항로 표지소는 1906년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세워졌으며..,

공원입구에서 등대까지 가는 길은 600m 송림이 우거진 길로,

1백여 년 아름드리 자란 키 큰 소나무 그늘이 시원함과 아늑함을 선사한다..

 

 

숲 그늘과 벚꽃, 동백, 개나리, 목련이 어우러져 28만평에 달하는

산뜻한 공간을 가진 대왕암공원 옆에는

일산해수욕장의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송림을 벗어나면 탁 트인 바다는 거대한 바위덩어리들의 집합소인냥

마치 선사시대의 공룡화석들이 푸른 바닷물에 엎드려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불그스레한 바위색이 짙푸른 동해 바다색과 대비되어 아주 선명하다..

 

 마주 보이는 대왕암은 하늘로 용솟음치는 용의 모습 그대로이며..

점점이 이어진 바위를 기둥삼아 가로놓인 철교를 건너면 대왕암에 발을 딛게 된다..

 

 

 

 

대왕암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대왕교는 1995년 현대중공업에서 건립기증한 다리이다..

 

 

 

 

대왕암 외에도 괴이하게 생겼다 하여 쓰러뜨리려다 변을 당할 뻔 했다는 남근바위,

리고 탕건바위와 자살바위, 해변 가까이 떠 있는 바위섬, 처녀봉 등.. 

스토리 텔링이 있는 바위들이 시야를 꽉 채워 볼거리 가득하다..

댕바위 혹은 용이 승천하다 떨어졌다 하여 용추암이라고도 하는 이 바위는

신라 문무왕의 호국룡 전설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고자

이 바위로 바다에 잠겼다는 것이다..

 

 

 

 

 

 

태풍 '란'의 간접영향으로 동해안은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으로 날씨가 요상하다..

해가 구름뒤로 숨바꼭질을 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감당하기 힘든 일기..

 

이런날 바깥외출은 피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차피 약속은 되어 있었고...

이럴때 아니면 절대로 만날수 없는 성난 바다의 거센파도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간다..

향기를 맡으며 걷기좋은 길.. 바다조망이 아름다운 힐링의 장소..

울산 대왕암공원으로...

 

거센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고 비 처럼 날려오는 바닷물에 온몸을 적셨지만..

그런 바다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탁 틔이는 희열을 느끼게된다.. 

 

거센파도를 보며 맘껏 소리 지르고나니 내 안의 묵은 지꺼기들을 다 비워낸듯 시원해져

기분은 최고이다..

 

세찬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용을 얼마나 섰는지..

집에 돌아오니 소금물에 절여진 배추처럼 온몸이 무겁다...

 

 

by내가..

 

171022

 

 

 

썩지 않기 위해

제 몸에 소금을 뿌리고

움직이는 바다를 보아라..

 

잠들어 죽지 않기 위해

제 머리를 바위에 부딪히고

출렁이는 바다를 보아라..

 

그런 자만이 마침내

뜨거운 해를 낳는다..

 

이도윤 바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