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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침묵을 건너고도
항상 그 자리에 있네..
친구라는 이름 앞엔
도무지 세월이 흐르지 않아
세월이 부끄러워
제 얼굴을 붉히고 숨어 버리지..
나이를 먹고도
제 나이 먹은 줄을 모른다네..
항상 조잘댈 준비가 되어 있지
체면도 위선도 필요가 없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웃을 수 있지..
애정이 있으되 묶어 놓을 이유가 없네.
사랑하되 질투할 이유도 없네.
다만 바라거니
어디에서건 너의 삶에 충실하기를..
마음 허전할 때에
벗이 있음을 기억하기를..
신은 우리에게 고귀한 선물을 주셨네.
우정의 나뭇가지에 깃든
날갯짓 아름다운 새를 주셨네..
홍수희 친구..
10여년이 넘는 오랜시간동안 절친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모임을 가졌던 우리..
오래된 친구들에게서 느끼는 익숙함이 편안해서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것 인지..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들이 소홀해진 탓인지...
존폐 여부를 놓고 심한 고민끝에 그 모임을 해산하기로 했다..
다수의 결정은 아니지만..
어느 한사람이라도 존폐여부를 고민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모임은 이미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친형제,자매 이상으로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며
서로의 마음깊은 생각까지 공유하던 우리였지만..
언젠가부터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어려워지더니
시간을 조율하고 맞추어 모임을 정해 놓고도 번번히 그 약속이 무산 되기가 일쑤였다..
시간의 흐름과 각자 삶의 이상향이 바뀌면서 생각의 간격들이 느슨해진 것일까..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지금..
더 이상 모임의 의미는 퇴색되어 없어져 버렸다..
이렇게 하나의 틀은 깨어지게 되었지만..
우리가 친구이고 절친인 것만은 변함없는 사실임이 분명하다며.
공허한 이 마음은 순간의 느낌일 뿐이라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억지로 마음을 다독여본다..
절친..아니 절친이였던 한명을 불러내었다..
그냥 술이 한잔 하고 싶었다..
와인빠에서 우린 말없이 술만 마셨고..
언제나처럼 또 보자는 인사로 빈 가슴만 안고 돌아왔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 허탈한 이 기분은 뭐지....
by내가..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노인'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