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의 단상..
정월 대보름이란다..
가까운 지인 몇몇이 오곡밥도 먹고 부럼도 깨며
귀밝이 술도 한잔씩 했다.
해거름에 형산강 둔치로
달집 태우기 행사에 떠밀려 간다..
날씨도 차갑고 낮 부터 모여 먹고 마시다보니
극한 피로가 밀려와 집에서 쉬고 싶었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낮 부터 함께 있다 혼자 빠지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추위속에 대보름 행사가 끝나고..
지인이 소속되어 있는 풍물팀과 행사 관계자들의
자리가 마련되었고..
여지없이 시간은 늘어지고 있었다..
불편하고 부질없는 시간의 흐름이 허무해,
살짝 자리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도착도 하기전 전화기는 내 귀를 끍고 급기야
무음으로 모드를 전환하고 멀찌기 던져 놓는다..
때론 허무의 끝에 있을 때가 있다.
그 속에선 존재의 가벼움에 미쳐 버릴 때가 있다.
날마다 피폐의 겉 껍질을 죽이고..
날이 선 감정들을 도려내다 보니
이젠 존재의 가치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하다,
본연의 두려움에 낮선 이들의 지나친 관심과
과잉 친절에 대한 강한 불편함..
그리고 허무의 실체들 앞에서...
왜 나이가 들어도 이 놈의 허무의 벽은
깨질 생각을 아니하는지..
다 부질없음에 그냥 모든 것을 무감각한 채
오직 현실적 쾌락에 휩쓸려 볼까도 싶지만..
난 그것이 참말로 어렵다...
그 뒤에 오는 허무의 실체만 커져갈 뿐임을
이미 예견할수 있기에..
그렇다..
내마음이 원하는 것으로 흘러가는 것....
그것이 허무 에게서 멀어지는 첫 번째 선택이다...
그래서 술을 마신다,
아마도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조절 장애가 있다면
난 알콜 중독자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다행히 내가 정한 량이 그날의 주량이고
나름 술엔 조절이 강하다 보니
내 절제력이 나를 구원한 셈이된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튼 와인 한병이면 이 지독한 허무가 살짝 방향을 비껴 갈텐데
혼자서 마시는 술은 그닥 땡기질 않으니..
그래서 술 마시는 것 조차 계획이 필요하다..
흐린 어느날 날잡아1박2일 주님 끌어안고
술에 고파서 주린배 가득 채워 깨지않는 숙취의 세계에
빠져야겠다..
By내가..
2016/02/22
자존이야 말로 모든 미덕의 초석이다.
- 존 허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