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흐르는 길 위의 흔적들.

한라산 영실에서 윗세오름까지..

어린시절.. 2011. 2. 12. 17:24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가을이면 가을대로 ...

유난히 계절을 탄다는 핑계로 엄살을 부리며 무작정 여행을 떠나기를 반복한다.

겨울은..

사무치도록 외로운 빈가슴을 끌어안으며

차가운 계절에 안으로만 침잠되는 단절감..

그래서 반겨주는 이 하나 없지만

언제나 그자리에 있어주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이 보고싶어 난 여행의 충동을 느끼곤한다.

그러했기에 명절연휴 무작정 제주로 떠나본다..

 

연휴 둘쨋날..뜻하지않게 한라산에 오를거라는  홀릭커들의 연락을 받고

나도.. 눈덮힌 설산의 품으로 뛰어든다..

한라산.. 그 장엄함과 당당함에 감히 도전장을 내어보며..

영실코스로 오르기위해  주차장입구에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시작지점부터 만만찮다..

주차장에서 1시간여정도 산에 오르며 땀을 흘리고 나니  영실입구 휴게소가 눈앞에 나타난다..

화장실 들렀다가 아이젠이며 장비 다시 점검하고..

다시.. 출발이다..

 

몇일전만 하더라도  저 나목들이 눈속에 덮혀 있었다는데..

포근한 날씨탓에 눈꽃들이 다 떨어졌다..

종아리까지 푹푹빠지는 백설..

걸음 옮기기가 힘들다..

저 멀리 깍아지른 절벽..

 한라산을 지키는 오백 나한들.. 한라산에 자주오르는 어떤분이 설명했지만..

격에서 맴돈다.. 

백설을 안고있는 나목들이 힘겨워보인다.. 

가녀린 나무가 마치 백곰한마리 안고있는듯..

해발1600미터.. 인증샷 날려주고.. 

저 멀리 백록담을 안고있는 한라산 정상이 손에 잡힐듯.....

감탄사 연발하며..능선을 따라 걷고 또 오르고..

아직 견딜만하다..

아름답다..장엄하다..어떤 말로 이 비경을 표현할수 있을까..

그저 감탄사와 벅찬 감격의 찡한 가슴만 안고 있을 뿐.. 

남벽분기점.

백록담까지는 출입통제구간...

 

끝없는 설경이 눈 부시다..

아무도 밟지않은 눈.. 그곳에 한 점같은 내 발자국 하나 찍어보며..

 

하얀눈위에 검은 까마귀들이 영역을지키고 있다..

윗세오름대피소..

여기서 먹는 컵라면과 한라산 한잔이..꿀맛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세상에서 젤 맛난 컵라면을 먹기위해 이곳에 오르는거라고...

몇번 마주한 얼굴도 있고 처음 만나는 얼굴들도 있다,,

하지만 제주를 사랑하고 산을 좋아하며..

걷는것을 즐기는 이들과의 만남..함께여서 좋았다..

그들과 함께가 아니였다면 감히 이런 시간도 내게 없었을 테니까..

벅찬가슴..

나 스스로가 대견하고..기특해서..

내가 내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준 시간..

 

무작정 떠난 제주..

그곳엔 바다가 있고 눈꽃 핀 설산이 있고..

백설에 수놓아진 숲길이있고..

태고적 신비를 안고있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으니..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곳인가..

 

누군가가 말했다..

여행은 인생에서 선물받는 보너스라고..

난 ..이 보너스를 제대로 알차게 챙기며 살아갈것이다...

 

by내가..